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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RT STORY

치마

계용묵 · 약 3분 · 1,149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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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

아홉시까지는 보낸다고 했는데 아홉시가 넘어서도 오는 사람이 아니다.

대접할 건 없어도 오래간만에 명절 빙자해서 한번 맞나 이야기라도 하고 싶 어서 청했던 것이요, 저도 맞나고 싶어한다고 초하룻날은 그렇지 않아도 오 겠다는 말이 있더라는 그 남편의 대답이었다.

‘동무가 그렇게 고생을 허구 삼팔선을 넘어왔다는데 한번 찾아 주지두 않는다구 혹 노하지나 않았나?’

사실은 저도 한번 찾아간다는 것이 살림에 얽매어 차일피일하고 있던 게 후회스러웠다.

기다리다 못해 정희는 저희대로 아침을 차리고 나서. 인젠 점심이나 같이 하는 수밖에 없다고 경애를 가서 데려오라고 식모를 보냈다.

그러나, 데리려 갔던 식모도 저만 덩그러니 그저 들어섰다.

“안 와?”

“안 오신데요.”

“왜, 안 오신데?”

“훗날 간다구 어물어물하는 게 어째 이상해요.”

“빌어먹을 년, 노했구만 필시, 아니 그럼 내가 저를 찾아봐야겠나? 제가 나를 찾아봐야 경위가 옳지. 세상은 분명 거꾸로 되나 봐.“ 자기를 무시하는 것 같은 데 정희는 독이 오른다.

나이로 해도 자기가 선배요, 학교 졸업으로 해도 자기가 선배다. 아니 이 런 무슨 자기를 윗사람으로 섬겨야 할 그런 조건을 말고라도 힘입은 은혜로 해도 그렇지는 못할 것 같다.

‘결혼을 허구 직업이 없어 쩔쩔매는 걸 우리가 먹여 살렸구, 고향으루 소갠지 뭔지를 해갈 때두 비용이 모자래 쩔쩔매는 걸 우리가 보탰것다! 아 니, 또 제 서방이 해방 직후에 예산두 없이 알몸으루 뛰여 올라와 있을 데 가 없어 내 집에서 달포나 묵삭다가 그것두 얘 아버지가 잡지사엘 붙혀 줬 지? 방꺼지 얻어 주구. 서방께 들었음 이런 것두 알텐데, 년이 인사가 무어 람!’

생각수록 경애의 소행이 분하다. 바짝 치밀어 오르는 신경은 욕이라도 실 컷 해 주지 않고는 풀리질 못할 것 같다. 속이 다 떨린다. 선 자리로 정희 는 달리어 갔다.

“아이, 언니!”

경애는 열은 문을 미처 닫지도 못하고 맨발로 뛰어 나와 정희의 손을 꽉 붙잡더니 눈물을 쭈르르 흘린다.

“아이, 미안해요. 언니!”

“미안헌 줄은 아누나, 그래두?”

“아이, 그럼 어떻게 해요? 치마가 없는 걸…….”

사정이 그러니 욕하는 무어든 마음대로 해 달라는 듯이 경애는 정희에게 몸을 맡기며 흑흑 느낀다.

정희의 입에선 더 말이 나오지 못했다. 치마가 없다는 말을 듣고 비로소 경애의 몸에 눈이 갔을 때, 때가 덕지덕지 낀 지지미 홑바지 한겹에 싸인 그임을 보았던 것이다. 윗도리도 등골이 다 찢어진 적삼 한 벌에 덩그라니 싸였다. 약간 옷가지는 보퉁이에 싸서 이고 거지 모양으로 삼팔선을 넘다가 거지도 용서가 없이 보퉁이도 돈도 다 빼앗기고 알몸으로 넘어왔다는 말을 그 남편에게서 듣던 기억이 아제 새로웠다.

그리고 입고 넘어온 그 거지탈을 아직도 벗지 못하고 이 추운 겨울을 그 대로 나고 있던 것임을 알았다.

“치마나 마련되면 걸치구 가서 뵌다구 벼르기만 하는 게 아이, 언니! 용 서해요” “…….”

정희는 암말도 못하고 자기의 가슴에 몸을 실은 경애의 뻘겋게 들대는 등 대는 등덜미만 하릴없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1947. 3. 3.)

〔수록단행본〕『별을 헨다』(처희문사.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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