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STORY
주인 아씨
최서해 · 약 4분 · 1,818자
❧주인 아씨
내가 삼청동 어떤 여염집에 주인을 정하고 있을 때이었다.
하루는 회사에서 나오는 길에 창경원 사꾸라를 구경하고 석양이 흐르는 취 운정 뒷산을 넘어서 내려오노라니 우리 주인집 울 안에 웬 여자가 서 있다.
나는 그가 누구인가 하고 눈부시는 볕발을 손으로 가리면서 내려다 보니 그 는 주인 부인이었다.
“거긴 왜 나서셨어요.”
나는 무관하게 지내는 처지니까 인사 겸 이렇게 소리를 질렀다.
주인 부인은 나를 향하여 방긋이 웃으면서 손을 내젓는다. 나는 다시 입을 열지 못하고 걸음을 멈추었다.
주인집은 산허리에 있어서 산을 넘어서면 몇 걸음 안 내려오게 된다.
그는 내가 걸음을 멈추고 서는 것을 보더니 발자취 소리를 숨기는 듯이 조 심스럽게 서너 걸음 떼어놓으면서 안방 뒷문을 가리키고 다시 나를 치어다 본다. 그의 긴장한 뺨의 근육은 입술과 같이 씰룩하면서 손을 따라 문을 가 리키는 가느다란 웃음인지 독살인지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기분에 흐리었 다.
그것을 본 나는 공연히 가슴이 뭉클하면서 기분이 이상스럽게 흐리었다.
젊은 여자의 은근한 태도는 수상스럽게 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쨍쨍 한 석양볕을 손으로 가리면서 발을 떼어놓았다. 어쩐지 다리가 마비된 듯하 였다. 나도 공연히 조심성이 들어서 발잠발잠 울타리도 없는 집 뒤로 갔다.
내가 집 뒤로 가니까 여자는 숨을 죽이고 안방 뒷문 구멍으로 무엇인지 들 여다본다.
“뭐예요?”
나는 나직이 물었다. 내 가슴은 그저 진정되지 않았다. 공연히 기분이 긴 장하여지었다.
그는 또 손을 내저으면서 아무 소리도 말라고 주의를 시킨다. 그러더니, “네 이년!”
소리를 팩 쏘면서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문이 열리자 마자 주인 부인은 방 에 늘어서면서 무엇인지 쫓아 나간다. 나도 뒤따라 안방으로 들어가려다가 그만 주춤하고 앞으로 돌아서 마당에 들어섰다.
“이년 못된 버르쟁이를…….”
“아야야 응응응 ──.”
주인 부인의 목소리와 계집애의 울음 소리가 마당에 들어서자 마자 해서부 터 들리기 시작하였다.
“이년! 요 베라먹을 년아……. 그리 또 그런 버르장이를……. 다시두……
다시두 할 테야……. 응…… 이년을 죽여이지…….”
어디서 집어들었는지 주인이 짚다 내버린 등단장으로 계집애를 사정없이 때린다.
“아이구…… 응응…… 마님…… 아이구 애개개 다시는 안 그럴 테야요.”
계집애는 땅에 나가 데굴데굴 구르면서 엉엉 울고 있다.
나는 무슨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이 계집이 미치지 않았나.”
하고도 생각하고 전부터 그 계집애는 몹시 구는 편이니까 오늘도 그 손버릇 이 나왔나 보다고도 생각하였다.
그 계집애는 열 여섯 살인데 이 집에서 부엌 심부름을 하고 있었다. 좀 미 련한데 나이까지 어리니까 하루도 잘못하는 일이 두세 번은 있어서 매로 살 아가는 판이었다.
“그만두세요! 참으세요.”
나는 내 감정대로 한다면 주인 부인을 톡톡이 말마디나 하여서 가르치고 싶으나 그런 처지도 못 되고 또 그저 볼 수도 없는 일이고 해서 이렇게 말 리었으나 그는 듣지 않았다.
“이년, 그래 일전에 돈 삼 원도 네가 훔쳤지?”
그는 단장으로 계집애를 꾹 찌르면서 독살이 잔뜩 난 눈으로 노려본다.
“그건 저 몰라요!”
계집애는 방바닥에서 일어나 달아나려 하면서 이렇게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하였다.
나는 비로소 곡절을 알게 되었다. 일전에 경대 서랍에 돈 삼 원 넣은 것이 없어져서 온 집안이 들썩하였다. 그때 행랑 어멈이 주인 부인을 보고, “간난이는 돈이 어서 났는지 아까 엿을 사먹어요.”
말하여서 간난이는 그때에도 주인 아씨의 문초를 받았다. 그러나 간난이는, “엿은 이웃집 점동이가 사 줘서 먹었어요. 저는 그 돈을 몰라요.”
하고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 벌벌 떨면서 대답하였다. 주인 아씨는 그 말을 믿지 않고 문초를 계속하다가 이웃집 점동이에까지 물어보고서야 좀 안심이 되는지 잡았던 매를 놓았다.
그러다가 오늘 또 무슨 일이 탄로가 되었나 보다. 나는, “왜 그러세요!”
하고 물으면서 일변 주인 아씨의 잡은 단장을 빼앗고 일변 간난이를 부엌으 로 들여보냈다. 주인 아씨의 말을 들으면 이러하였다.
“글쎄 저런 망할 년이 어디 있어요. 방바닥에 동전 두 푼을 놓았더니 그 것을 집어서 감추겠지요. 저런 계집애를 어따 쓰겠읍니까?”
주인 아씨는 잔뜩 흥분이 되어서 말하였다. 그 모든 말을 종합해 가지고 들으면 주인 아씨는 일부러 시험한 것이었다. 동전 두 푼을 방바닥에 놓고, “내가 나갔다 들어올 테니 저 방 치워라.”
간난이에게 이르고 밖으로 나와서 슬그머니 뒤를 돌아가 뒷문 구멍으로 들 여다보았던 것이다. 방 치러 들어갔던 간난이는 그 동전 두 푼을 집어서 허 리춤에 넣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주인 아씨의 얼굴이 다시 치어다보였다. 도적을 만들고 도적을 잡는 그의 얼굴이 다시 치어다보였다.
그 뒤에 경대 서랍에 넣었던 돈 삼 원은 이 집에 자주 놀러 다니는 어떤 아이가 끄집어낸 것이 알리게 되었다. 그때에 주인 아씨는, “나는 저년의 손질인 줄 알았더니…….”
한마디 뇌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