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STORY
방황
최서해 · 약 1분 · 444자
❧아아 이 모든 것은
세월이 주고 가는 선물이로다.
B는 터벅터벅 걸었다.
피처럼 붉던 단풍은 검붉게 시들었다. 잎과 잎이 교차하고 녹(綠)과 취 (翠)가 흘러서 고대서 고대를 볼 수 없던 임간(林間). 이제는 훤하여 우뚝 우뚝한 나무밑동만 어촌의 배 돛대같이 보인다.
B는 양기가 좋은 산요(山腰)에 비스듬 누었다. 머리며 가슴, 배, 다리 할 것없이 내리쏘는 일광은 야즐야즐하여 오스스 솔이 돋을 지경. 춥던 B의 사 지는 사르르 풀린다. B는 눈을 사르르 감았다. 감은 눈앞은 벌건 빛이 어른 어른한다. B는 숨을 길게 들이쉬고 내쉬고 하였다. 가슴껏 맑은 공기를 마 실 때면 하늘이며 해며 들이며 산이며 수림의 그 깨끗한 정은 말끔 자기 속 으로 들오는 듯. 호—─하고 내뿜으면 자기의 몸속에 서리서리 얽히었던 모 두 불순한 것은 다 나가 버리는 듯하다. 그리하여 그 모든 데서 받은 정 (精)에 영양(營養)된 영혈(靈血)이 순환하는 자기 몸은 금시에 갖은 추악의 탁랑(濁浪)을 뛰쳐나서 높고 맑은 세상으로 불려가는 듯 하였다. 그의 마음 은 이 순화된 자기를 볼 때, 희열이 끓었다.
아아 그러나, 다시 눈을 뜨고 사방을 돌아볼 때 현실인 B는 현실을 부인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