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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RT STORY

마음에 남는 풍경

이효석 · 약 3분 · 1,259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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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남는 풍경

3월의 풍경같이 초라한 것은 없다. 아직 봄도 아니오 그렇다고 겨울도 아닌 반지 빠른 시절이다. 풀이 나고 꽃이 필 때도 아직은 멀고 나뭇가지 의 흰 눈은 알뜰히 사라져 버렸고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반지 빠른 풍경이 눈앞에 있을 뿐이다. 초라한 가운데에 한 가지 아름다운 것이 있 으니 하아얀 백양나무의 자태이다. 아침 일찍이 출근하는 날이면 나는 대개 신문실 창 기슭에 의지하여 수난로에 배를 대고 행길 건너편 언덕 위의 백양나무의 무리를 바라봄이 일쑤다. 희고 깨끗하고 고결한 그 자 태는 아무리 바라보아도 싫어지지 않는다. 그 무슨 그윽한 향기가 은은 히 흘러오는 듯도 한 맑은 기품이 보인다. 나무치고 백화나 백양만큼 아 름다운 나무는 없을 법하다.

이 두 가지 나무를 수북이 심어 놓은 넓은 정원을 가진 집에 살아 보았 으면 하는 것이 원이다. 아직 원대로 못되니 학교 창으로나 맞은편 풍경 을 실컷 바라보자는 배짱이다.

이 며칠째 백양나무 아래편 행길 위를 낯설은 행렬이 아침마다 지나간 다. 불그칙칙한 옷을 입고 4,5명씩 떼를 지어 벽돌 실은 차를 끌고 어디 론지 가는 형무소의 한패이다. 아마도 소 안의 작업으로서 굽은 벽돌을 주문을 받아 소용되는 장소까지 배달해 가는 것인 듯하다. 한 줄에 매인 그들이었만 걸음들이 몹시 재서 구르는 수레와 함께 거의 뛰어가는 시늉 이다. 행렬은 길고 바퀴소리는 아침 거리에 요란하다. 군데군데 끼어 바 쁘게 걷는 간수들은 수레를 모는 주인이 아니오 도리어 수레에게 끌리는 허수아비인 셈이다. 그렇게도 종종걸음으로 그 바쁜 일행을 부지런히 좇 아가지 않으면 안되는 듯이 보인다. 아침마다 제때에 그곳에는 그 긴 행 렬이 변함없이 같은 모양으로 벌치곤 하였다.

하루아침 돌연히 그 행렬에 변조가 생겼다. 구르는 수레 바로 뒤에 섰 던 동행의 한 사람이 어찌된 서슬엔지 별안간 걸어가던 그 자리에 폭삭 꼬꾸라지는 것이 멀리 바라보였다. 창에 의지하였던 나는 무슨 영문인가 하고 뜪Ma하여서 모르는 결에 고개를 창밖으로 내밀었다. 그가 꼬꾸라졌 을 때에 간수는 바로 그의 곁에 있었다. 원체 구르는 수레는 빠른지라 꼬 꾸라진 그는 미처 일어나지도 못하고 쓰러진 채 그대로 수레에게 끌려 한참 동안이나 쓸려갔다. 아마도 몸이 처음부터 수레에 매여져 있었던 모양이다.

이상스러운 것은 곁에 섰던 간수가 끌려가는 그를 좇아 재빠르게 달려 가는 것이었다. 그 시늉은 마치 쓰러진 사람을 거들어 일으키려는 것도 같았다. 어찌된 서슬엔지 쓰러졌던 사람은 별안간 벌떡 일어서게 되어 여전한 자태로 수레를 따라가게 되자 간수는 이번도 또한 그의 곁에 가 까이 서게 되었다.

변이라는 것은 그것뿐이나 이 삽시간의 조그만 사건은 웬일인지 마음 속에 깊이 박혀 사라지지 않는다. 이상스런 것은 쓰러진 사람과 간수와 의 관계이다. 간수의 조급한 거동은 단순히 쓰러진 사람을 일으키자는 것이었든지 그렇지 않으면 도리어 그를 문책하자는 것이었든지, 아니 당 초에 그가 쓰러지게 된 것조차도 실상인즉 간수의 문초의 맛이 아니었든 지 도무지 알 바는 없는 것이다.

의아하고 있는 동안에 행렬은 어느곁엔지 벌써 시야의 범위를 지나가 버렸다. 이상스런 한 폭 풍경이었다. 어찌된 동기의 사건인지 그 까닭을 모르겠음으로 말미암아 그 풍경은 더한층 신비성을 더하여 가고 수수께 끼를 던져 준다. 아무리 생각하여도 곡절을 모를 노릇이다.

그 조그만 풍경이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아 쉽사리 꺼지지 않는 까닭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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