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STORY
들
이효석 · 약 1분 · 441자
❧들
눈알을 굴려 하늘을 쳐다보니, 참 높구나, 가을 하늘은 멀리서 둥그런 해가 네 까만 얼굴에 번쩍인다.
네가 손등을 대어 부신 눈을 문지를 새, 어느 틈에 재바른 참새놈들이 푸르르 깃을 치면서 먹을 콩이나 난 듯, 함빡 논 위로 내려앉는다.
휘어! 손뼉을 치고 네가 줄을 흔들면, 벙거지를 쓴 검은 허수아비 착하기도 하지, 언제 눈치를 챘는지, 으쓱 어깨짓을 하며 손을 젓는다.
우! 우! 건넛말 네 동무들이 풋콩을 구워놓고, 산 모퉁이 모닥불 연기 속에 두 손을 벌려 너를 부르는구나!
얼싸안고 나는 네 볼에 입맞추고 싶다.
한 손을 젓고 말없이 웃어 대답하는 오오 착한 네 얼굴.
들로 불어오는 바람이라고 어찌 마음이 없겠니 덥고 긴 여름 동안 여위어 온 네 두 볼을 어루만지고 지나간다.
철뚝에 선 나뭇잎들마저 흐드러져 웃는구나!
지금 네 눈앞에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오지게 찬 벼 이삭이 누렇게 여물어가듯, 푸르고 넓은 하늘 아래 자유롭게 너희들은 자라겠지……
자라거라! 자라거라, 초목보다도 더 길길이, 오오! 그렇지만 내 목이 메인다.
바람이 불어온다.
수수밭 콩밭을 지나 네 논두둑 위에로, 참새를 미워하는 네 마음아, 한 톨의 벼알을 뉘 때문에 아끼는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