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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RT STORY

산남

강경애 · 약 18분 · 8,755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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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作

山男 정통한국문학대계, 1988,2,20 어문각 아직도 사나이는 허리에 바를 동인 채 돌팔매질을 하고 있을까?

고향에 계신 내 어머니를 생각할 때마다, 또 어머니에게서 온 편지를 읽고 난 뒤면 문뜩 이 렇게 생각되는 것이 일종의 나의 버릇이 되고 말았읍니다. 바에 지질려 뻘겋게 흐르던 피 가 내 눈에 가시같이 들여박힐 때면 나는 머리를 흔들어 그 기억을 헤쳐버리려고 몇번이나 애를 썼지만 웬일인지 이태를 맞는 오늘까지 점점더 그 핏빛이 선명해질 뿐입니다.

검실검실한 큰 눈에 올챙이같이 머리만 퍼진 코를 가진 사나이, 그래서 양미간이 턱없이 죽었음인지 우직해도 보이고 어찌 보면 소름이 끼치게 무섭던 그 사나이, 그는 우금까지 바를 동인 채 돌팔매질을 하는 것 같고 그러한 양을 나는 언제나 다시 만날 듯하여 소름이 끼치곤 하였읍니다. 근년에 내 신경이 좀 과민해진 데서 이러한지도 몰라도.

차안에서 이 사나이의 과거를 순서없이 주워들은 것을 종합해보면 우리 시골인 읍인 S골 에 가장 세력가요 부호로 굴지하는 김 진사나 남의 유부녀를 보아 난 아들이 즉 그 사나이 라는 것, 무엇 때문인지 모르나 그들 모자를 산막으로 쫒은 후에 한번도 돌아보지 않은 것, 어느때 이 사나이가 김진사 앞에서 칼부림까지 했다는 것이다.

처음에 나는 이 사나이에게 호기심을 잔뜩 두어 그의 내력을 좀더 세밀히 알고자 무척 애 를 썼지만 워낙 오랜 일이라 결과가 그리 시원치 않았습니다. 궂은 비 느실느실 내리는 날 나 혼자 호젓이 앉아 바느질하는 밤, 선뜻 떠오르는 그 사나이, 나는 몸이 으쓱해지고 혹은 까맣게 높은 절벽을 볼 때 핑핑 도는 듯한 푸른 호수를 대할 때 그 사나이가 필사의 노력을 다하던 아차아차한 순간이 휙 떠올라 차마 눈을 들지 못하게 아질아질하였읍니다. 그날 그 사나이 아니었더면...... .

지금으로부터 이태 전 칠월 이십일 경입니다. 돌연히 나에게 전보 한 장이 뛰어들었읍니 다. 그 내용인즉 내 어머님의 병환이 위중하니 곧 오라는 것입니다.

칠순이 다 되고 자주 병환으로 신고하시므로 평소부터 마음을 놓지 못하던 차인데 이러한 전보를 받고 나니 그만 아뜩해지고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엇읍니다.

시계를 보니 오후 세시 였고 마침 세시 오분에 떠나는 급행이 있으므로 나는 부랴부랴 가 방한개를 얻어 들고 입던 옷 그대로 남편과 같이 정거장으로 내달리었읍니다.

승객들은 거의 다 오르고 대합실은 쓸쓸하였읍니다. 나는 단숨에 개찰구로 뛰어나가다 몇 번이나 쓰러지고야 겨우 차에 뛰어올랐습니다. 남편은 표를 사들고 뒤를 따라오며, 속치마, 속치마......?

하고 주의를 주었읍니다. 그제서야 나는 속치마가 내려 끌리어 자꾸만 넘어지게 되었다고 깨달으면서도 속치마를 걷어올릴 힘도 없고 숨히 항항 차며 머리를 무엇으로 되게 얻어맞 은 듯 어리뻥뻥하고 지긋지긋 아팠읍니다.

차가 움직일 때 남편을 돌아보았으나 전에 없이 남편의 얼굴이 다닥다닥 붙어보이다가 아 주 캄캄해지고야 말았읍니다. 차창으로 후끈거리는 칠월의 시원한 바람조차도 나에게는 기막히게 안타까웠고 푸른 빛 가득한 광야는 나의 시력을 어지럽게 하였읍니다. 펄펄 나는 듯이 뒤로 물러가던 전신대도 하필 오늘은 뜨묵뜨묵 물러가고 나지막한 메들도 역증이 날 이만큼 오래 보였읍니다. 나는 몇번이나 완행을 타지 않았는가 하여 둘러보려 하였읍니다.

급하던 숨이 차차로 가라앉으나 내 어머님의 오물오물하던 턱이 보이고 그리로부터 얼굴 전체가 환히 나타나고 있읍니다. 다섯해 동안이나 내 왜 못갔나! 뭣하기 못 갔나! 나는 새 삼스러이 이렇게 속으로 부르짖으며 입에 손 넣고 어린애같이 앙앙 울고 싶었읍니다. 그리 고 이번 가서 만일 어머니를 못 뵈옵게된다면, 그 음성을 못 듣게 된다면 어쩌나 하는 초조 가 광광툭툭하는 차 바퀴 소리에 이어 달리고 있읍니다.

아들도 없는 내 어머니, 딸들은 동서로 시집보내고 혼자 댕곰하니 계시는 어머니, 그리고 몸시 앓아누워 계신들 누가 머리 한번인들 짚어올리며 미음 한 그릇인들 따뜻이 쑤어올리 려나 하니 어머님을 모시게 못되는 내 환경이, 보다도 사회제도가 새삼스럽게 더 원망스러 웠읍니다. 나는 눈을 감고 차창에 의지하였읍니다. 바람결에 흘흘거리는 내 머리카락, 내 어머님에 대한 살뜰한 기억을 한들한들 자아내고 있읍니다. 뿐만 아니라 까맣게 잊었던 내 어려서 일이 아득히 떠오르고 있읍니다.

- 아버지를 잃은 우리 모녀가 살 길이 없어 고모가 있는 어느 산골을 찾아가던 그 오불꼬 불한 길, 산골에서 살면서 어머니를 찾아 산에 가서 솔가리를 줍다가 배고프다고 울던 일, 그러면 어머니가 물오른 솔가지를 꺾어 겁질을 벗겨주던 일 - 울성거리는 사람의 소리도 꿈같이 아득하게 들리고 물삭 건너오는 담배연기는 무거운 내 코끝에 싸 하게 부딪치고 있 읍니다. 콧물을 씻으면서 눈을 번쩍 뜨면 싯누런 얼굴들이 우둑우둑 하였으빈다. 콧물을 씻으면서 눈을 번쩍 뜨면 싯누런 얼굴들이 우둑우둑 하였읍니다. 그것이 싫어 머리를 창밖 으로 내미니 안개비를 솔솔 뿌리는 듯한 바람이 쉴새없이 내목에 감겨돌아갑니다.

어쩐지 하늘고 해를 잃고 우울해 있고 까맣게 나는 새들도 노래를 부르지 않았읍니다. 저 멀리 핑글핑글 도는 나지막한 메에 내 어머니의 얼굴이 나타났다가는 사라지고 이애야!

이애야! 하고 날 부르시며 메와 메를 건너뛰어 날 보려고 다그쳐오시는 내 어머님의 숨찬 환영이 내 눈을 캄캄케 하였읍니다. 쿠술쿠술 오르는 가죽 냄새조차도 내 목을 깍 메게 하 였읍니다.

그날밤 차창으로 갈겨치는 빗발을 맞고야 나는 차창을 닫았고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어쩐지 불안한 예감을 자꾸만 가지게 하였읍니다. 이튿날 오후 두시 반 가량이나 되어서 내가 장성역에 잠깐 내렸다가 다시 경의선으로 올랐을 때는 사뭇 비가 악수로 쏟아지고 있 었읍니다. 나는 점점더 초조한 생각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읍니다.

창문을 겹겹이 닫아놔서 그런지 차안은 온갖 잡내로 터질 듯 하였읍니다. 새글새글 지걸이 는 여인의 음성, 왕왕거리는 남자의 음성, 버들피리 부는 듯한 어린애 울음소리, 저벅저벅 쿵쿵하는 온갖 신발소리, 쾅! 하고 닫히는 문소리, 내가 앉은 곳은 변소 옆이라 그런지 문 바람에 휘몰려오는 약간의 과일내를 품은 시시구레한 냄새에 구역질이 날 지경이었읍니다.

비바람에 차창이 간혹 흔들리는 듯하고 문틈으로 서늘한 바람이 솔솔 스며들며 눈물 같은 빗방울이 유리문에 주르르 흘러내리고 또 흐르고 있읍니다. 그리고 높았다 낮아지는 전선 줄은 어미새를 잃고 헤매는 새 새끼 무리 같았읍니다, 어느덧 붉은 물에 채어 오둘오둘 떠는 듯한 작은 메들이 삼아삼아하게 차창으로 보였읍니 다. 나는 코끝이 차갑도록 창문에 얼굴을 대고 비가 좀 그쳐졌으면 하고 안달을 하였읍니 다.

이러한 조바심 가운데서 무사히 사리원역에 내리게 되었고 비를 쪼루루 맞고 경편차에 올 랐읍니다. 비에 움츠러든 내 치맛자락을 쥐어당기면서 차안을 둘러보니 어쩐지 걱정이 더 욱 컸읍니다.

사리원 역을 더나며 보니 온 벌은 그냥 홍수로 뻘겋게 뒤집혔읍니다. 빗발만이 어지러운 공중엔 나는 새도 볼 수 없고 멀리 희미한 산발만이 비참해 있읍니다. 홍수에 묻혀 머리만 들고 있는 오 은 비명을 지르는 듯하였고 이산 모퉁이 저 산모퉁이에 모여앉아 있는 농가 들은 공포에 떨고 있는 듯하였읍니다.

이 차에선 과일내와 변소내도 맡을 수 없고 걱정만이 한 차 가득한 듯하였읍니다. 승객들 은 애꿎이 입맛만 쩍쩍 다시고 담배 피울 것도 잊었으며 정신 없이 밖을 바라보고 있읍니 다.

낯익은 산천이 내 앞에 가까와질수록 내 가슴은 따가와지고 다리 팔이 호루루 떨렸읍니다.

이렇게 와서도 어머님을 못뵈오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이 자꾸만 커가기 때문입니다. 이러 함인지 때로는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서 남들이 싫어 하는 창문을 와르르 열고 찬비를 맞았습니다.

차는 사뭇 홍수를 헤치고 달아납니다. 빼닥빼닥하는 것이 금방 쓰러지는 듯하여 덜컥만하 면 나는 몸이 한줌만 하였읍니다. 이러하기를 거듭하여머리가 어지러울 제 차는 S역에 달 하였읍니다. 불과 수인이 역에 내리니 몇사람의 역원과 경관 한 명이 쓸쓸히 우리를 맞았 읍니다. 대합실엔 손님들도 없고 처마물소리와 비바람에 풍기는 비린내만이 감돌고 있읍 니다. 얼음같이 차보이는 회벽에 광고로 붙인 각종 포스터가 울긋불긋하였고 두어 개의 의 자4가 한쪽 길치에 돌아앉고 있읍니다.

오늘은 차가 못 오기 쉬우니 여관으로 들어들 가 계세요.?

역원 하나가 나타나서 이렇게 외쳤읍니다. 나는 아뜩하였읍니다. 불과 몇리를 안 남겨놓 고...... 하자 걸어라도 가고 싶어 고향길을 멍하니 바라보았읍니다. 하얀 모래가 비친 신작 로에 빗발이 어지럽고 행인이란 일체 끊어졌읍니다. 누가 가는 사람이 있으면 하고 돌아보 니 승개들은 우울에 잠겨 선로 저편으로 남실거리는 붉은 물을 바라보고 있읍니다. 저 물 이 선로를 넘어들이미는 때는 S역뿐만 아니라 전 S가 다 뜨게 되겠다고 역원들은 부산하 였읍니다.

이제 전화를 걸어보니까 차가 떠났답니다. 표를 사십시요.?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승객들은 다투어 차표를 사들고 기운을 얻어 뭐라고 지껄이기 시작 하였읍니다. 나는 차가 올 길만 바라보고 얼굴에 솜털을 까칠하게 일어세우고 있읍니다.

이슥은 했더니 차는 왔읍니다. 큰 버스였읍니다. 승객이 오른 바람에 차는 전속력을 다하 여 달리었읍니다.온천 앞의 다리가 위험하니 어서 가야한다고 운전수는 꼿꼿이 앉아서 옆 눈 하나 팔지 않고 핸들을 놀렸읍니다. 우리는 운전수 못지 않게 긴장되어가지고 자리 넓 혀 평안히 앉지를 못하였읍니다.

좌우에 늘어앉은 조 이삭과 수수깡은 홍수에 치렁치렁 잠겼고 신작로 가에 압풀은 파랗게 빛났읍니다. 가다가 신작로에 홍수가 가로질러서 우리로 하여금 놀라게 했읍니다만 차는 그 물을 박차고 내달았읍니다. 가솔린내는 향기롭게 풍기고 발동기는 용기있게 퉁퉁거렸 읍니다.

하늘도 산도 벌도 핑글핑글 돌아갑니다. 이제 타고 온 경편차보다는 훨씬 빠른 듯 하였읍 니다. 어느덧 자옥한 송림을 끼고 차는 씩씩하게 비탈기릉르 올라가고 있읍니다. 낯익은 이 길은 전보다 좀 넓어진 듯하고 흙빛ᄋ은 옛날 그대로 다홍입니다. 산비탈에 소복소복 앉아 있는 다발솔은 예쁘기도 합니다. 내 아기의 머리털같이 그리도 귀엽습니다. 차차로 높아가는 좌우 산은 시커먼 연기같이 굼실거리고 송림에 내리는 빗발소리는 좌 하고 바닷 소리를 냈읍니다. 발동기에선 왕하는 소리까지 났읍니다.

길을 끼고 뾰족 나온 산모퉁이를 휘돌아서 자동차는 딱 멈추었읍니다. 운전수는 몇번 발동 기를 되게 트는 모양이었으나 차는 까딱하지 않으므로 조수와 함께 뛰어내립니다. 나는 적 이 불안하여 머리를 넘석하여 보니 놀라와라. 차의 앞바퀴가 절벽에 반쯤 내밀고 있읍니 다. 나는 황황히 일어았읍니다. 저만큼 먼저 나오려고들 비비는 통에 나는 어떤 사나이의 베두루마기에 얼굴을 알알 비비치고야 겨우내렸읍니다. 차 앞에 서고 있기도 무시무시해 서 오수수 빗소리 나는 산옆으로 뒤어가 아무데나 쪼그려앉았읍니다. 목숨구한 것만 다행 하여 잠간 동안 아무 생각도 못하고 멍하니 앉은 나의 눈엔 산빝날에 있는 도라지꽃이 파 랗게 비치고 있읍니다. 차안에서도 추웠는데 이리 비를 맞아놓으니 사뭇 이가 마주치도록 떨리고 몇끼 굶은 뱃속이 게르르 소리를 냈읍니다. 승객들은 오굴오굴 모여서서 운전수와 조수의 분주한 양망 바라보고 있읍니다. 이제보니 승객들이란 귀향하는 학생이 대부분이 고 뚱뚱한 사나이와 오누이인지 부부인지 얼른 알아보기 힘든 남녀와 베두루마기를 입은 별로 뒤통수가 쑥 나온 사나이였읍니다., 눈에 흰자위가 많아 힐끗뵈는 운전수는 바퀴가 들이박힌 진흙을 후비어도 보고, 앞으로 가 서 절벽을 내려다도 보면서 어쩔 줄을 몰라 하였읍니다. 너무 급한 김에 차를 빗몰아서 이 런 딱한 지경에 이른 듯하였읍니다. 운전수와 조수는 한참이나 갈피를 못 잡고 왔다갔다하 더니 무슨 생각을 했음인지 조수는 비탈길을 쭈루루 달리고 있읍니다.

밀어서 되는 것 같으면 시원히 밀어라도 보겠는데 차는 뒷걸음으로 들어와야할 처지에 있 고 산에서 달려내려온 물에 움쑥 골이 진 흙속에 뒷바퀴가 저리도 칵 박히었으니 손쉽게 뒤로 물러올 수도 없는 그런 딱한 지경에 있읍니다. 돌아보니 우리가ㅡ올라온 비탈길은 준 령에 가리어 잘 보이지 않고 길이라고는 아주 없을 듯이 산과산만이 첩첩하여 하늘 절반을 차지하고 있읍니다. 오직 일이 정보 가량이나 되게 준령을 타고 넘어 둥글게 돌아온 길만 이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이 그렇게 보였읍니다. 그길로부터 잠간 굽어진 곳에 차는 저 모 양이었고 그리로부터 길은 내가 앉은 산비탈을 끼고 이제 올라온 길 모양으로 구불구불 흘 러 내려갔읍니다.

차가 서고 있는 그 절벽으로 옛날엔 사람들이 올라다니었다고 하며 그랬음인지 끊었다 이 어진 가는 길이 솔포기 속에 숨어 아득하게 보였읍니다. 그 길로 곧장 내려가면 그리 ᄋ넓 지 못한 벌이 길게 들여놓였고 그 벌 위에 조밭과 수수밭이 가득 들어차 있읍니다. 준령에 서 갈라진 지맥은 말허리같이 늘씬하게 되어 그벌을 싸고 본 산맥을 바라보면서 흘러내려 갔읍니다.

조수가 뭘하러 내려갂는지 여기에 한가닥 희망을 붙인 채 나는 달달 덜고 있엇읍니다. 굵 던 비는 차차로 안개비로 변하여 포실포실 내리고 좌우 산엔 송림이 빽백하여 산봉 끝까지 푸르러 하늘에 닿은 듯하였으며, 그 허리로 안개가 실실 감돌고 잇읍니다.

아무래도 어머님을 뵈옵지 못하게 되느라고 이런 일이 일어난 듯하여, 나는 한숨을 삼키고 무심히 바라본이 조수는 어느새 저 아래로 내려갔읍니다. 조밭과 수수 밭을 지나 산기슭에 조그만 초가가 아득히 들어 있읍니다. 조수는 그 초가를 향하여 달음질을 하고 있다는 것 을 직각하며, 이런 심산에 사람이 살아 하고 눈을 크게 떴을 때 조수는 까뭇 그 초가로 들 어갓읍니다. 저 집엔 뭘 하러 갔을까? 사람을 청하럼인가 무슨 도구를 얻으렴인가 하는 의 문에 나는 누썹에 구슬지은 안개비를 씻고 보앗읍니다. 수수깡 바자가 성냥개비로 세워논 듯하고 지붕이 여간 낮아보이지 않았읍니다. 손바닥만한 뜰은 차돌같이 빛나고 산이 울타 리가 되어 그 조그만 집을 꽉 싸고 잇읍니다. 조수가 나오자 조수 키의 배나 되는 사나이가 다르고 있읍니다. 나는 반가운 맘이 왈칵 드나 차를 보면 끔찍합니다. 차를 움직이려다 아 무래도 불상사가 일어날 것만 같아 몸이 으쓱해지기 대문입니다.

이런 잔망한 생각은 말자 하다가도, 절벽에 앞비퀴를 내밀고 있는 차를 보면 안할 수 없고 흰 글로 된 버스는 번호가 웬일인지 뱅글뱅글 돌기도 하고 절벽으로 떨어져내려가는 양이 오리숭숭하게 보이는 듯하였읍니다.

조수와 사나이가 수수밭에 가리어 잘 보이지 않았읍니다. 나는 우리가 내려갈 길을 바라보 며 조수와 사나이를 기다리었읍니다. 푸른 산에 숨었다 나타난 저 길은 아득도 합니다. 승 객들은 절벽을 내려다보고 뭬라고 지껄이므로 조수와 사나이가 그리로 올라오는 것임을 알았읍니다마는 몸을 움직일 것이 딱 싫어서 가만히 앉아 있었읍니다. 와 하는 학생 소리 틈에 어던 사나이는 조수의 손을 이끌고 언덕 위에 올라섰읍니다. 한편 손엔 굵은 바가 쥐 어 잇읍니다. 조수의 얼굴은 해쓱하게 질리었고 사나이의 손에서 벗어나자 그는 펄썩 주저 앉앗읍니다.

운전수는 얼른 사나이의 손에서 바를 받아가지고 버스 뒤로 와서 허리를 굽히고 잇읍니다.

승객들은 주루룰 밀려가서 운전수를 싸고 돌았읍니다. 나도 가서 무엇을 어떻게 하나 보고 싶어 일어나서 두어걸음 나가다가 그만 주저앉고 말았읍니다. 배가 고파서 이런지 아파서 이런지 쓰리고 들비비는 것 같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조수는 숨을 태웠음인지 승객들을 뻐개고 들어가서 운전수의 하는 일을 조력하고 잇읍니 다. 나는 열심으로 이것을 바라보다가 문듯 시선을 돌리니 사나이는 아까 그 자리에 우두 커니 서서 그의 집을 바라보고 잇읍니다.

키는 보통 키에서 훨씬 넘어 후리후리했으며 등은 약간 굽은 편이고 기름한 머리가 위에 가서 탁 퍼졌읍니다. 오래 깎지 않은 듯한 머리카락이 보기 싫게 구실허 있고 흰 머리카락 이 희뜩희ᄄᄁ 보이므로 사오십 되었나 하였으나 그리 나이먹은 것 같지는 않았읍니다. 웬 일인지 사나이는 풀기 없이 멍하니 서 있읍니다.

운전수는 일어나서, 자 이 바를 끄시우.?

서슴지 않고 바의 한끝을 사나이에게 내쳐 주었읍니다. 사나이는 잠잠히 바를 받아가지고 같이 끌 사람이 있는가 하여 둘러보는 양이었으나 누구 한사람 나서지 않았읍니다. 그는 혼자임을 안 까닭인지 바를 허리에 걸고 옹루를 짓고 있읍니다. 그새 승객들은 두편으로 차 바퀴를 밀고 더러는 서서 밀며 운전수와 조수는 승객 뒤에서 미는 모양이었읍니다. 나 는 이러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하여 이를 악물고 차 곁으로 와서 차에 매달리었읍니다.

엇차,엇차.?

여러 사람은 림있게 외쳤읍니다. 사나이는 버스로부터 이삼보 가량이나 나가 섯으며 허리 에 바를 여유있게 동였고 주먹을 부르쥐고 앞으로 나가려고 힘을 씁니다. 굵은 짚신 뒤에 귤껍질같이 거칠어 보이는 발 뒤꿈치가 힘쓰는데 따라 올랐다 내렸다 하였읍니다. 발가락 은 어찌나 긴지 여느 사람의 손가락만이나 하였고 그 마디에 굵은 봉취가 박히었읍니다.

엇차, 엇차!?

이런 소리가 쉴새없이 흘렀읍니다. 버스와 사나이 사이서 바는 팽팽히 잡아씌었고 뚝뚝하 는 바 소리가 사나이의 생사를 결단하려는 것 같아 가슴이 서늘 하였읍니다. 무엇보다도 자칫 발못하면 차가 절벽으로 굴러덜어질 것이요, 거기에 따라 사나이도 딸려 들어갈 것이 뻔한 것이므로 그래 바를 허리에 동이지 말고 손으로 끌었으면 하나 누구 한사람이 말을 입에 올리는 이 없었읍니다. 사나이의 발 뒤꿈치는 어느덧 흙에 묻히었고 짧은 잠방이 가 랑이 밑의 털이 푸수수한 다리엔 쇠사슬 같은 힘줄이 불뚝 솟아올랐으비니다. 힘을 좀 쓴 탓인지 추운증은 멎었으나 숨이 차고 헛구역질이 나며 앞이 아뜩하므로 나는 산비탈로 왔 읍니다. 하늘이 팽팽도는 듯하여 나는 눈을 감고 한참이나 진정하여 가지고 눈을 드니 사 람들이 모두 버스 빛같이 누렇게 보였읍니다. 나의 눈은 사나이 위에 멈춥니다. 그는 머리 를 푹 숙이고 헐떡였으비니다. 되는 대로 흘러내려온 새치 가득한 머리엔 안개비로 뽀얗고 그 새로 반쯤 잠긴 검실검실한 큰 눈이 반쯤 잠겨 있으며 시커먼 눈섭위에 퍼런 힘줄이 눈 을 괴롭힐 듯 뻗치었고 그의 옷은 함빡 젖어 거치른 뼈마디가 환히 드러나고 있읍니다. 그 허리에 바가 꽉 비틀어 잠겨 있읍니다.

철떡하는 소리에 바라보니 사나이는 왼다리를 깔고 넘어진 것입니다. 그 몸에 매어 있는 바는 웬일인지 보기 끔찍합니다. 사나이는 아무렇지도 않은 체 벌떡 일어나는 참 힘을 낑 하고 씁니다. 흙이 얼굴에 툭툭 쥐어발렸음인지 껌벅이는 두 눈은 사람의 눈 같지 않앗읍 니다. 이제 넘어지면서 잠방이 가랑이 찢어진듯하였고 그리로 흙에 매닥질한 무릎마디가 드러났읍니다.

사나이가 힘을 쓸 때에야 승객들은 간신히 몸을 추세워 엇차 소리를 약하게 냈읍니다. 그 리고 앞으로만 밀려나오는 것을 보아 뒤에는 아마도 위험한 듯하였읍니다.

차 곁에 근심스러이 서고 있던 여인은 달려오며 앞바퀴가 나간 그 절벽이 푸실푸실 떨어진 다고 하였읍니다. 내가 화닥닥 일어나자 그 여인은 내 손을 끌며 돌을 웡오란다고 하였읍 니다. 우리는 산비탈을 뒤졌으나 돌이라고는 눈에 띄지 않으므로 애가 말라 견딜 수 없엇 읍니다.

송림이 캄캄해져오는 보아 미구에 밤이 올 것이 한 층 무서웠읍니다. 해서 우리들은 손톱 이 다 빠지도록 흙을 허비고 돌을 꺼내어 차바퀴에 고였읍니다. 한결 찹퀴가 내려가지 않 는다고 하므로 몇몇 학생들까지 돌을 주으러나섰읍니다. 사나이는 또 쓰러졌읍니다. 우리 가 돌을 든 채 걱정스러이 볼 때 사나이는 후닥닥 일어나다 미끈하여 재차 쓰러졌읍니다.

우리들이 전신이 하사분해 섰노라니 사니아는 버둥버둥하다가 후딱 일어나서 힘을 씁니 다. 아주 흙사람이 되었고 잠방이 가랑이 찢어져 흙에 묻히었읍니다.

사나이는 바를 가슴에 썩 올려걸어 좌우 겨드랑으로 봅은 담에 숙였던 머리를 턱 젖히고 가슴을 쑥 내밀엇읍니다. 그의 짚신작은 언제 벗어졌는지 흙속에 되는 대로 묻히었고 긴 발가락이 흙을 허비고 있읍니다.

우리는 차차 꾀가 나서 사나이가 선 곳에도 잔돌을 깔아놨읍니다. 하도 미끄러워 보이므로 나는 두번째 가지고 사나이 곁으로 갓을 때 그의 무릎 마디가 피에 지실한 것을 보고 머리 를 돌리고 달아왔읍니다. 나는 돌을 가지고 올대마다 절벽을 꼭 바라보고 또 사나이를 보 곤 하엿읍니다. 학생 하나가 금 파던 굴을 발견했다고 해서 우리는 돌을 주우러 그리로 가 서 큰 돌을 맞들고 내려올 때 차를 미는 승객들은 아우성을 쳤읍니다.

우리는 무슨일인가 하여 꼼작 못하고 덜고 있을 때 학생 하나가 오라고 손짓을 하였읍니 다. 우리는 허둥지둥 내려오니 차는 움직인 것입니다.

우리는 급하게 돌을 밀어 넣고 차에 매달리었읍니다.

엇차,엇차.?

차는 삼아삼아하게 앞으로 움직엿읍니다. 여인의 머리에서 동백기름내를 기막히게 맡으면 서 나는 차를 밀었읍니다. 그러면서도 절벽과 사나이가 걱정이 되어 자꾸만 머리를 들려고 하엿읍니다, 아갸!?

여인의 소리에 나는 가슴이 뜨끔하여 바라보니 산나이는 한 다리가 미끄러진 것입니다. 찰 나에 사나이는 뒷걸음치는 차를 따라 주루루 끌려 오면서도 끌리지 않으려고 두 팔을 바람 개비 돌리듯 휘저었읍니다. 우리는 악하고 소리치면서 어쩌자고 일제히 차에서 물러낫읍 니다.

사나이는 아무것도 모르고 머리를 꿈틀하고 힘을 쓰자 몸을 솟구치고 가랑이없는 외다리 로 껑충 뛰어나가면서 미끄러진 다리를 끌고 나갔읍니다.

순간에 사나이의 머리털은 공중을 향하여 무섭게 뻗치었고 다리엔 쥐가 수없이 일어나 불 뚝이었으며 시커먼 털이 생물같이 꿈틀거리었읍니다.

우리는 악하고 소리치면서 그제야 창에 달리어 힘껏 밀엇읍니다. 사나이는 너무 힘을 쓴 탓인지 퍽 거꾸러집니다. 그러나 벌벌 기어달아났읍니다. 우리는 목이 터져라 소리를 치고 나아갔읍니다.

거짓말같이 차는 길 한복판에 왓읍니다. 사나이는 기진하여 머리를 땅에 박고 일어나지 못 하였읍니다. 우리들이 달려가니 그때까지 가랑이 없는 뻘건 다리는 푸들푸들 떨고 있읍니 다.

운전수가 사나이를 일으키려고 했을때 갑자기 사나이는 벌떡 일어났읍니다.

바에 지칠려 그의 적삼이 문드러졌고 그리로 선혈이 뭉글뭉글 흐르고 잇읍니다.

우리 오마이 업어올까유??

운전수를 바라보고 툭 뱉은 사나이의 말! 웬일인지 나의 가슴에 딱 맞질리었읍니다. 운전 수는 머뭇거릴 때 차에서 바를 풀어가지고 오는 조수가, 아니 미안하게 되었우마는 오늘 비가 오구 더구나 날이 저물지 않았우. 그리고 온천교가 어찌 되었는지 모르니까 우리 내일로 미룹시다.?

하고 승객들에게 어서 오르라고 하였읍니다. 사나이는 조수의 눈을 거쳐 운전수를 바라보 앗읍니다. 그 눈에서 나는 확실히 그가 이십 안팍이라는 것을 알았읍니다. 운전수는 급하 여 몇마디 말을 던지고 황황히 돌아섰읍니다. 사나이는 펄썩 당에 주저앉은 것입니다.

마침 빗발이 굵어졌으비낟, 차는 푸릉ᄑ추릉 움빅엿으므로 우리는 미안하게 되었다는 말이나마 다시한번 또 하고 싶 어서 차창으로 머리를 내밀엇읍니다. 사나이는 돌아보지 않고 우두커니 않았더니 벌떡 일 어나는 참 돌을 집어들었읍니다. 우리는 흠칫 머리를 돌리고 사례하고 싶던 맘이 공포로 변하여버렸읍니다.

차는 새와 같이 나는 듯하였읍니다. 짱!하고 돌 맞은 소리에 나는 몸이 한줌만하여 엎디었 읍니다, 웬일이어. 그자가??

승객 중에 한사람이 이렇게 물었읍니다. 나는 떨면서도 이 소리를 들으려 귀를 쫑긋 세웠 읍니다.

다 죽어가는 제어미를 태워다 병원에 갖다달라니 길에서 송장보겠읍니다.

그러나저러나 온천교가 걱정 아니면 또 모르겠는데.?

조수는 이렇게 말하였읍니다. 나는 아까 사나이의 말에 칵 맞질리었던 가슴이 이제야 확 터지면서 걷잡을 수 없이 울음이 터져나왔읍니다.

그리고 사나이를 보고 싶은 맘에 머리를 창문으로 내밀엇읍니다. 아직도 그 사나이는 허리 에 바를 동인 채 돌팔매질을 하고 있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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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서가에 대하여

영상으로 새롭게 만날 이야기를 찾으며, 한국 단편 문학 260편을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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